비행기가 '폐식용유'로 난다고? 친환경 연료 SAF의 모든 것 (2025년 최신 현황)

여행의 설렘과 자유로움, 비행기가 선사하는 매력이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타는 비행기가 내뿜는 탄소 발자국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를 생각하면서 여행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 한 번쯤 해보셨을 텐데요. 놀랍게도, 그 해답의 실마리가 우리가 먹고 남긴 '폐식용유'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안녕하세요, 하늘길의 안전과 효율을 책임지는 운항관리사입니다. 매일 최적의 비행경로와 고도를 계획하며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저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이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환경 부담을 줄이는 노력과도 직결되죠. 최근 항공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지속가능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입니다.

 

오늘은 바로 이 SAF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으며 미래는 어떠할지, 운항관리사의 시각에서 2025년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SAF란 무엇일까요? - 하늘을 나는 '착한 기름'

SAF는 기존의 화석연료(석유) 기반 항공유가 아닌, 지속 가능한 원료로 만들어진 친환경적인 대체 연료를 말합니다. 그 원료는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습니다.

• 다양한 원료: 폐식용유(Used Cooking Oil), 생활 폐기물, 농업 및 임업 부산물(볏짚, 폐목재 등), 해조류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대기 중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합성하는 'e-fuel(Power-to-Liquid)' 같은 혁신적인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 핵심 특징: 'Drop-in' 연료: SAF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항공유와 물리·화학적 성질이 거의 동일하여, 기존 항공기 엔진이나 인프라를 개조할 필요 없이 최대 50%까지 혼합하여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100% SAF 사용도 연구 중입니다.)
• 탄소 감축 효과: SAF는 원료가 되는 식물이나 미생물이 성장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폐기물 등을 재활용하므로 연료의 생산부터 연소까지 전 과정(Lifecycle)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2. 왜 SAF가 필요할까요? - 항공업계의 피할 수 없는 숙제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항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 수준이지만, 다른 산업 부문에 비해 감축이 매우 어려운 분야로 꼽힙니다.

• 전기·수소 비행기의 한계: 단거리용 소형 전기 비행기나 수소 비행기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 기술로는 무거운 배터리나 수소 탱크를 싣고 수천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대형 여객기를 상용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 가장 현실적인 대안, SAF: 따라서 중단기적으로 항공 부문의 탈탄소(Decarbonization)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SAF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를 비롯한 전 세계 항공업계는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SAF 사용 확대가 그 핵심 전략입니다.

 

3. 2025년 현재, SAF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SAF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뜨겁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멉니다.

• 극히 미미한 사용량: 2025년 현재, 전 세계 항공유 사용량 중 SAF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주로 기존 항공유에 10~50% 비율로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 가속화되는 움직임: 하지만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공항에서 급유되는 항공유에 일정 비율(2%)의 SAF 혼합을 의무화하는 규정(ReFuelEU Aviation)을 시행하며, 이 비율을 점차 높여갈 계획입니다. 주요 항공사들도 앞다투어 SAF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시범 운항을 늘리고 있으며,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 고객들의 SAF 사용 요구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 높은 비용과 생산량 부족: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입니다. SAF 생산 비용은 기존 항공유보다 2~5배가량 비쌉니다. 또한, 전 세계 항공 수요를 감당할 만큼의 생산 시설과 원료 공급망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4. 운항관리사의 시선: 효율을 넘어 지속 가능성으로 (스토리텔링)

저희 운항관리사들은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최적의 비행 계획을 짭니다. 단순히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바람의 방향과 세기, 비행 고도, 항공기 중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는 항로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1kg의 연료라도 아끼는 것이 곧 비용 절감이자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이러한 '운항 효율성 극대화' 노력에 더해, SAF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아직 제가 직접 SAF를 혼합한 항공편의 운항 계획을 담당한 경험은 많지 않지만, 동료들과 관련 교육을 받고 정보를 교환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특정 공항에서만 SAF 급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항로 계획이 필요해질 수도 있고, SAF 혼합 비율에 따른 미세한 성능 차이까지 고려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운영 효율화 노력만으로는 항공업계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기에, SAF의 등장은 저희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알지만, 지속 가능한 하늘길을 열기 위한 업계 전체의 노력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5. 미래 전망과 과제: SAF 시대를 열기 위하여

SAF가 항공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넘어야 합니다.

• 생산량의 비약적 확대: 현재의 미미한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이 시급합니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수적입니다.
• 원료 다변화 및 확보: 폐식용유나 폐기물 등 현재 주로 사용되는 원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되는 에너지 작물, 해조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물과 공기, 재생에너지만으로 만드는 e-fuel 기술의 상용화가 중요합니다.
• 비용 절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춰 기존 항공유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 국제적 협력 및 표준화: SAF의 원활한 생산, 유통, 사용을 위한 국제적인 표준 마련과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합니다.

 

궁금해요! Q&A 코너

• Q1: SAF를 사용하면 비행기 성능이나 안전에 문제가 없나요?
  • A: 전혀 문제없습니다. SAF는 기존 항공유와 동일한 품질 및 안전 기준(ASTM 등 국제 표준)을 충족하도록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실제 항공기에 적용되기 전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 Q2: SAF 때문에 비행기표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을까요?
  • A: 현재 SAF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항공권 가격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량이 늘고 기술이 발전하면 비용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항공사는 승객이 자발적으로 SAF 구매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옵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 Q3: 폐식용유 같은 폐기물만으로 전 세계 비행기를 다 띄울 수 있나요?
  • A: 현실적으로 폐기물 기반 원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농업/임업 부산물, 해조류, 그리고 궁극적으로 e-fuel 등 다양한 원료 개발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다양한 원료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합니다.
• Q4: 전기 비행기나 수소 비행기가 더 친환경적이지 않나요?
  • A: 전기나 수소는 궁극적인 친환경 동력원이 될 수 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장거리 대형 항공기에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중단기적으로는 SAF가 장거리 노선 탈탄소화의 가장 현실적인 핵심 수단입니다. 단거리 노선에서는 전기/수소, 장거리 노선에서는 SAF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며

지속 가능한 항공 여행을 향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SAF는 그 여정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며, 수많은 도전 과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항공업계는 더 푸른 하늘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타는 모든 비행기가 '착한 기름'으로 날아오르는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지속 가능한 여행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