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지연될까? 결항될까? 그 결정의 순간, 운항관리사의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반응형

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날기까지, 단순히 기장과 승무원만의 일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항공사의 운항통제실(Operations Control Center, OCC)에서는 24시간 쉼 없이 하늘길을 지휘하는 운항관리사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항공기 지연, 결항, 회항처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비정상 운항 상황에서는 이들의 의사결정 능력이 항공사 전체 운항을 좌우하게 됩니다.

 

오늘은 항공사 내부의 전문가로서, 피 말리는 그 순간들 속 운항관리사의 결정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예고 없이 덮쳐오는 변수들, 그 시작은상황 인지

운항관리사의 하루는 수십, 수백 개의 변수와의 전쟁입니다.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공항 활주로 폐쇄, 항공기 정비 결함, 기내 의료 응급상황 등은 단 몇 분 만에 비행 계획을 송두리째 흔듭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위성 영상, METAR/TAF 등 기상 정보, NOTAM, 정비 상태, 승무원 가용 여부, 공항 운영 현황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종합 분석합니다. 단순히눈이 온다는 정보를 넘어서 언제까지, 얼마나, 어느 공항이 폐쇄될지, 이로 인해 몇 편의 항공편이 영향을 받을지까지 예측해야 하죠.

 

2. 수많은 시나리오 속 최적의 한 수, 대안 평가의 시간

상황 파악이 끝나면 곧바로 대안 도출과 평가에 들어갑니다. 운항관리사의 판단은 보통 다음과 같은 선택지 중 하나로 이어집니다.

 

지연(Delay): 날씨 호전이나 정비 완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할 때. 단순히늦춘다가 아닌, 연결편, 승무원 근무시간, 여객 불편, 비용까지 계산한 정밀한 결정입니다.

 

결항(Cancellation): 장기 기상 악화, 정비 불가, 인력 부족 등 회복 불가능한 요인이 있을 때. 전체 네트워크 운항 안정성을 위해 결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회항(Diversion): 비행 도중 목적지 착륙이 불가능해질 경우, 가장 적합한 대체 공항으로의 긴급 결정. 연료 잔량, 공항 수용 능력, 승객 처리 가능 여부 등이 고려됩니다.

 

항로 변경(Rerouting): 특정 공역이 폐쇄되거나 위험할 경우, 우회 경로로의 즉각 조정.

 

이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안전(Safety)’이라는 절대 원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지연에 따른 파급 효과, 고객 응대, 비용 문제 등 복합적인 요소가 고려돼야 하기에, 빠르면서도 냉정한 판단력이 요구됩니다.

 

3. 혼자가 아니다, 전문가들과의 유기적 협업

운항관리사는 혼자 결정하지 않습니다. 조종사(기장), 정비사, 관제기관, 공항지점, 승무원 운영 부서 등 유관 부서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입니다.

예컨대 회항이 결정되면, 기장과 직접 교신하여 항공기 상태와 연료 상황을 확인하고, 회항 공항의 수용 가능 여부를 체크합니다. 관제와의 협의, 정비 인력의 대기 여부, 지상 조업 지원 가능성까지 고려하며 빠르게 실행에 옮깁니다.

 

협업의 핵심은 정보 공유의 정확성과 속도.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이 세계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신뢰와 소통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4. 결정 이후의 책임, 그리고 다시 다음을 준비

결정이 내려지면, 시스템 업데이트, 운항 계획 변경, 승객 안내, 예약 조정, 정비 지시 등 후속 절차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됩니다.

운항관리사는 단순히지시를 내리는 위치가 아닌, 그 결정이 가져올 결과까지 직접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하나의 선택이 이후 수십 편의 항공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죠.

 

비행기 한 대 뒤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선택이 있다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 소식을 들었을 때, 혹은 공항에서 갑자기비행기가 회항했습니다라는 안내를 받았을 때, 가끔은 분노보다 이 선택을 내린 누군가의 고민을 떠올려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운항관리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요 속의 전쟁을 치릅니다.

그 중심에는 단 하나의 원칙, “안전하게, 그리고 책임 있게가 있습니다.

반응형